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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탈출...

노무현 대통령이 안내하는 봉하마을. 김해시(金海市) 본문

나라안 나들이/경상남도

노무현 대통령이 안내하는 봉하마을. 김해시(金海市)

세계속으로 2018. 1. 14. 10:52

노무현 대통령이 안내하는 봉하마을. 김해시(金海市). 경남(慶南)


노무현 대통령의 꿈이 담긴,

봉화산 아래 작은 마을

여러분 그동안 안녕하셨어요, 노무현입니다.

저는 1946년 9월부터 사법고시에 합격해 부산으로 이사한 1975년까지 30여 년을 봉하마을에서 보냈습니다.

2009년 9월에 복원된 생가를 포함해서 모두 네 군데 집에서 살았습니다.


태어나서부터 영. 유아기와 학창시절, 그리고 결혼과 출산, 그리고 대통령 퇴임 이후까지 치면 '평범한 시민'으로 살았던 시간 대부분을 제가 태어나고 자란 봉하마을에서 생활한 셈입니다.


그리고 저의 부인과도 봉하마을에서 만나 사랑을 키웠습니다. 집사람은 어릴 때 봉하로 이사와 성장했고, 후에 저와 백년가약을 맺고 고시 합격 뒤 새 출발을 위해 마을을 떠나기까지 수많은 추억과 사랑을 이곳 봉하마을에서 쌓았습니다.

마을 사람 대부분은 꽤 오래 이곳에 살던 분들이며, 저와 많은 인연과 추억을 갖고 있습니다.


봉하마을은 저의 유년기 추억 그리고 대통령 퇴임 이후 자원봉사자들과 함께 야심 차게 가꾸어 온 사람사는 세상의 꿈이 담겨있는 곳입니다.


이곳 봉하마을 곳곳을 제가 직접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또 하나의 바보들

먼저 봉하마을을 소개하기 전에 보이지 않는 곳에서 열심히 노력해 주시는 고마운 분들을 소개하고 싶어요.


봉하마을은 한해 70만명 이상의 많은 사람이 다녀갑니다.

김해시 내에서는 가장 많은 방문객이 찾는 곳입니다.

전국에서 저를 보기 위해 봉하마을을 찾는 분들을 위해 적지않은 노력을 한 사람들이 있어요.


바로 자원봉사자들입니다. 더울때나 추울때, 제가 있을떄나 없을때나 언제나 어김없이 찾아와 봉하마을을 가꾸어 주십니다.

밀집모자에 막걸리를 마시며 즐겁게 마을을 가꾸고자 했던 저의 모습과 생각들을 닮아가는 또 하나의 바보들이지요.


농업은 인간생활의 기반이라고 합니다. 그런 농촌의 가치를 손수 배우고 실천하는 사람들입니다.

'사람사는 세상'을 위해 건강한 땅의 가치를 배우고 실천하는 자원봉사자들의 수고스러움을 생각해 주십시요.


그리고요 자원봉사자 여러분들, 감사합니다. !



지붕 낮고 불편한 대통령의 집

고향 마을에 내려와 살기로 하고 집을 짓기 위해 가장 먼저 생각한 건 '자연과의 조화'였습니다.

지붕은 낮게, 소재는 흙과 나무 등 자연재료로, 공간은 분리해서 바람과 새소리를 가깝게 느낄 수 있게, 그렇게 지었습니다.


안채에서 서재로, 또 서재에서 사랑채로 이동할 때마다

신발을 신었다 벗었다 해야 합니다. 이게 생활하기에는 아주 불편합니다.

하지만 언젠가는 시민에게 돌려줄 공간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공간이 나누어져 있으면 관람이나 전시에 활용하기 더 낫지 않을까 싶었습니다.


마음 같아서는 하루빨리 전면 개방하고 싶습니다.

하지만 더 많은 분이 더 오래 이 집을 관람할 수 있게 하려면

꼼꼼하게 준비해야 할 부분이 많습니다.


몇 차레 특별관람도 진행하고 주신 의견들도 반영해야 합니다.

조금만 더 시간을 가지고 기다려주시길 부탁드립니다.

그나저나 기대하시는 것만큼 볼만한 게 있을지...


그게 또 다른 걱정이라면 걱정입니다.



'대통령님 나오세요!' 외친 대통령 생가

지금 이 생가는 제가 태어나서 8살까지 살았던 집을 2009년 9월 복원한 것입니다.

막내로 태어나 가족의 귀여움을 한 몸에 받았던 어린 시절의 기억을 되살려

원래 모습에 가깝게 만들어놨습니다.

이곳에서 차도 한 잔 마시고, 실제 잠도 자고 갈 수 있게 하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아쉽게도 못하게 됐습니다.


퇴임한 저를 보기 위해 봉하마을을 찾으셨던 많은 분이 '나와주세요'를 외치시던 곳도 바로 여기입니다.


생가 복원이 시작되기 전이죠, 회의 중에도, 책을 읽다가도 하루에도 몇번씩 대문 앞에 나가 인사를 드리고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아무리 생각해 봐도 참 재미 없겠다 싶었는데 손님이 계속 오셔서 신기하기도 하고 미안한 생각이 들 때도 잦았습니다.


힘들기도 했지만 참 반갑고 즐거웠습니다.




넓은 세계와 만나던, 봉화산

이 산이 봉하마을 명물입니다.

예전에 봉수대가 있던 곳이라서 봉화산인데요, 올라가 보지 않으면

봉하마을 방문은 헛일입니다.


그만큼 아름답고 신기한 산입니다.

왜 신기하다고 하냐면, 높이는 해발 150m 밖에 안 되는데

산꼭대기에 올라가면 사방이 시원하게 다 내려다보여요.


특히 어릴때는 그게 제가 볼 수 있는 더 넓은 세계의 전부였습니다.

기차와 낙동강이 당시의 제 눈에 가장, 뭐랄까, 꿈을 상징하는 것이었죠.


높지 않고 능선이 부드러운 만큼 산책하듯 등산할 수 있는 산입니다.

골짜기도 제법 깊고 산 능선에는 너른 마당이 있어서 지루하지 않고

아기자기한 재미가 있습니다. '마애불'과 '호미 든 관음상'.

'정토원'도 유명하죠


제가 꼽은 '봉하제일경'은 '자은골'입니다.

어린시절 동무들과 어울려 칡도 캐고, 진달래 먹고, 물장구쳤던

추억 때문인지 유난히 여기가 좋아요.




아름다운 추억과 결실이 맺힌, 봉하들

봉하에서 가장 해보고 싶던 일 중 하나가 풍요로운 생태계를 복원하는 일이었습니다.


봉하마을에는 농사를 짓는 분들이 많으니까 논 안에 미꾸라지, 우렁이처럼 온갖 다양한 생물들이 함께 사는 그런 환경을 만들어 보려고 했습니다. 해충과 벌레는 농약을 치는 대신 오리 농군에게 맡겼습니다.

건강한 땅에서 자란 친환경 무농약 봉하쌀, 그거 그냥 나오는 게 아닙니다. 그죠?


봉하들판 둑길은 연애 시절의 추억이 있는 장소이기도 합니다.

몇 킬로미터나 이어지는 그 길을 아내와 함께 걸으며 도스토예프스키의 소설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밤하늘에는 은하수가 반짝였고 들판에는 벼 이삭에 맺힌 이슬이 달빛에 반사되어 은구슬을 뿌려 놓은 듯했습니다.


그 장면을 떠올리면 아직도 가슴이 두근거릴 만큼 참 아름다운 기억입니다.




관심과 노력이 모여 되살린, 화포천

화포천은 길이 8.4km,  면적 300ha에 달하는 국내 최대의 자연하천형 습지입니다.

수달, 큰고니, 노랑부리저어새 등 멸종위기 동식물을 포함해 620여종이 넘는

생물이 서식하는 생태계의 보고이기도 합니다.

예전에는 화포천 하면 제가 조금 유명했는데 요즘은 황새 봉순이가 스타라네요.


고향에 내려오자마자 화포천 청소를 시작하며 제 바람이 바로 그거였습니다.

어렸을 때만 해도 여기에 철새들이 하늘을 새까맣게 가릴 만큼 내려앉았거든요.

그 오리와 기러기들을 다시 불러들이자는 게 처음 생각이었습니다.

덕분에 습지 공부도 제법 많이 했습니다.


제가 자전거로 즐겨 달리던 길을 직접 체험하실 수도 있습니다.

지난 5월 김해시가 개장한 '대통령의 자전거길'인데, 봉하마을부터 들판을 거쳐

화포천 습지생태공원까지 3.75km 정도 되니 참고해보시는 것도 좋겠습니다.




사람과 사람이 모이는, 생태문화공원과 잔디밭

요즘 봉하를 찾는 주말 어린이 손님이 크게 늘었습니다.

모내기, 미꾸라지 잡기, 연날리기, 쥐불놀이... 철마다 시기마다 다양한 생태문화체험이 인기라네요.


생태문화공원 조성으로 한결 좋아진 체험 환경도 한몫하는 거 아닌가 싶습니다.

2008년 생일을 맞아 준비해주셨던 작은 생일 축하 자리도 떠오릅니다.

생태연못 정자에 앉아 떡케이크를 나누어 먹었는데, 지금은 꽃도 많아지고 풍경이 훨씬 더 좋아졌습니다.


빙 둘러앉아 함께 웃으며 막걸릿잔을 기울이던 잔디밭은 매년 추도식과 봉하음악회 및 주요 야외행사가 열리는 장소가 되었습니다.


함성과 웃음, 위로와 용기를 나누는 장으로 가꾸고 찾아주신 덕분입니다.




기억하고 다짐하는, 대통령 묘역과 추모의 집

1만 5천여 개의 박석에 쓰인 메시지를 몇 번이고 들여다봅니다.

별로 한 것도 없는데 이렇게 많은 분이 귀한 정성을 보태주셨습니다. 그보다 더 많은 분이 자꾸만 봉하마을을 찾아 제가 남긴 과제를 꾸역꾸역 해주십니다. 만나러 와주셔서 고맙습니다.


추모의 집은 제가 이용하던 물품과 사진, 기록, 영상 등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전시공간입니다.

머지않은 미래에 이 자리에 대통령 기념관이 만들어집니다. 어떤 모습일지 궁금하기도 하고 쑥스럽기도 합니다.

대통령 노무현도 좋지만 고민하고 노력했던 한 시민이자, 우리 아이들의 더 살기 좋은 세상을 꿈꿨던 한 사람이 있었다는 걸 잠시나마 떠올릴 수 있는 공간이 되길 바라봅니다.